소통1 나는 원래 게 같다. 나는 원래 게 같다. 10여 년도 훨씬 전에 일이다. 온 가족이 양말을 두 겹씩 덧대 신고 챙이 넓은 밭매는 모자로 여린 얼굴을 보호하며 한껏 무장하고 향하는 곳이 있었다. 그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우리 남매에게 최고의 자연놀이터인 오이도였다. 엄마, 이모는 빨간 대야 한 통씩을 들고 나는 동생의 손을 야무지게 잡았다. '내 손 꼭 잡아. 넘어지면 안 돼.' 개펄은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. 특유의 질퍽한 감촉 때문에 우리 남매는 첫 발을 디딜 때마다 큰 숨을 쉬고 하나 둘 셋에 맞춰 들어가곤 했다. 제법 개펄에 익숙해질 것도 같은데 유난히 겁 많은 남매였기에 갈 때마다 동생은 내 손을 잡았다. 그리고 썰물 동안 엄마와 이모는 조개나 게를 대야에 가득차게 잡았고 남매는 도랑에 주저앉아 흙을 파거나.. 2021. 1. 6. 이전 1 다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