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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원래 게 같다. 나는 원래 게 같다. 10여 년도 훨씬 전에 일이다. 온 가족이 양말을 두 겹씩 덧대 신고 챙이 넓은 밭매는 모자로 여린 얼굴을 보호하며 한껏 무장하고 향하는 곳이 있었다. 그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우리 남매에게 최고의 자연놀이터인 오이도였다. 엄마, 이모는 빨간 대야 한 통씩을 들고 나는 동생의 손을 야무지게 잡았다. '내 손 꼭 잡아. 넘어지면 안 돼.' 개펄은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. 특유의 질퍽한 감촉 때문에 우리 남매는 첫 발을 디딜 때마다 큰 숨을 쉬고 하나 둘 셋에 맞춰 들어가곤 했다. 제법 개펄에 익숙해질 것도 같은데 유난히 겁 많은 남매였기에 갈 때마다 동생은 내 손을 잡았다. 그리고 썰물 동안 엄마와 이모는 조개나 게를 대야에 가득차게 잡았고 남매는 도랑에 주저앉아 흙을 파거나.. 2021. 1. 6.
[책리뷰] 아날로그 살림 - 이세미 (ft. 살리는 살림) 2주에 한 번 도서관을 갑니다.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관심이 많아져서 요즘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들은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것이 대부분인데요. :) 마케팅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제 스스로가 마음이 너무 급박해지고,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밤잠을 잘 못이루겠더라고요. 자기 관리를 꾸준히 잘해서 내 몸 값을 올려 직장에서 승진하는 것처럼 온라인 사업도 나보다 잘난 사람들 속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작은 무언가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때문에 근래에 이런 책을 읽고나면 마음이 정말 편치 않았어요.. 그렇게 사업 관련 분야 책을 좀 멀리하고 소소한 행복의 감정이 사무치게 그립더군요. :( 그래서 빌려온 책, '아날로그 살림' 이란 책인데요. 저는 아날로.. 2021. 1. 5.